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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힘] "포도만 와인이라고요? 사과하세요"


와인병에 담긴 예산 사과의 변신

[아이뉴스24 이숙종 기자] 지역 농산물을 가공해 전국을 넘어 세계시장까지 도전장을 내민 술이 있다. 바로 사과와인이다. 포도가 아닌 사과로 만든 와인이라니. 그 맛을 쉽게 떠올리기 어렵다. 하지만 사과와인이 잔에 담기는 순간, 그 향과 풍미에 와인은 무조건 포도라는 선입견이 무색해진다.

사과로 유명한 고장 충남 예산군 고덕면에 위치한 은성농원은 3대에 걸쳐 100년간 사과 농사를 이어오다 지난 2010년 농업회사법인 예산사과와인(주)을 설립했다. 주 생산 품목은 회사명에서도 금방 알 수 있듯 사과로 만든 술이다. 농장에 들어서자 온 천지가 사과나무다. 푸릇한 이파리 속에 앙증맞은 사과 열매가 여름 태양에 땀 흘리며 몸집을 키워가고 있었다.

예산군 고덕면에 위치한 예산사과와인(주) [사진=이숙종 기자]
예산군 고덕면에 위치한 예산사과와인(주) [사진=이숙종 기자]

이곳에서는 와인 외에도 다양한 술을 생산한다. 오크통에 숙성한 증류주 추사40, 일반 증류주 추사백25·추사백40, 과실주 추사 애플 와인 · 추사 로제 스위트 등이다. 주원료는 물론 사과다. 사과로 만든 술에는 모두 '추사'라는 브랜드가 붙었다. 고향이 예산인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선비 정신을 닮은 술, 또 예산의 가을 사과, 가을을 담은 와인이라는 의미까지 담겨있는 낭만적인 이름이다.

은성농원 과수원에서 수확되는 사과는 '추사'라는 브랜드의 술로 가공된다.  [사진=이숙종 기자]
은성농원 과수원에서 수확되는 사과는 '추사'라는 브랜드의 술로 가공된다. [사진=이숙종 기자]

◆ '추사', 국내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인정

추사40은 프랑스의 칼바도스와 동일하게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사과증류주다. 사과의 은은한 풍미와 오크가 가진 바닐라향, 초콜릿향이 어우러져 끝맛이 깔끔하다는 평가를 얻으며 최근 2022년 대한민국 주류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상이 이번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18~2019년 대한민국 주류대상, 2019년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 대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주로 세계시장에서도 인정받기에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사과와인, 추사40 등이 명주로 인정받아 수상한 상패가 가득하다.  [사진=이숙종 기자]
사과와인, 추사40 등이 명주로 인정받아 수상한 상패가 가득하다. [사진=이숙종 기자]

​추사백시리즈는 저온감압 증류주로 소주형태의 술이다. 추사백시리즈는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추사40보다 사과향이 더 풍부하다. 추사백은 오크통이 아닌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6개월 간 숙성하기 때문에 사과 향이 더 진하게 감돌면서 상큼하고 깔끔하다.

추사 애플 와인은 물과 알콜을 전혀 첨가하지 않고 한달 간 저온발효와 1년간 숙성시켜 사과 고유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알콜도수는 12% 이지만 사과의 향이 풍부해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거부감 없이 한 잔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엄성은 전무(사진 왼쪽)가 증류주를 오크통에 숙성시키 전 끓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숙종 기자]
엄성은 전무(사진 왼쪽)가 증류주를 오크통에 숙성시키 전 끓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숙종 기자]

◆ 우리 것으로 만들겠다는 진심

추사백은 시중에 판매되는 소주와는 다르다. 외국에서 수입한 원료로 주정을 만들어 물을 탄 희석식 소주 형태가 아닌 국내 원료로 시도한 술이다.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낮추기 위해 오랜 숙성을 해야 하는 상압 증류가 아닌 감압 증류와 가당을 택했다. 추사40은 가당을 하지 않고 만들어 원료 사용량보다 생산되는 술이 적은 반면 추사백은 가당을 조금 더해 알코올 도수를 높인 것이다. 추사40은 브랜디, 추사백은 소주형태라고 생각하면 쉽다.

우리 것에 대한 고집은 주 원료인 사과에는 더하다. 2만3천㎡ 규모에서 직접 재배하는 60t의 사과 외에 예산에서 생산하는 사과까지 추가로 수매 해 술을 생산한다. 우리 것에 지역 농부들과의 상생까지 더했다. 지역 농부의 땀이 와인으로 변화하는 과정, 우리 것으로 만든 술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 중심에 예산사과와인(주)이 있다.

오크통에 담긴 술이 숙성되는 곳  [사진=이숙종 기자]
오크통에 담긴 술이 숙성되는 곳 [사진=이숙종 기자]

진심은 통한다더니 이러한 수고와 노력들은 특별히 자랑하지 않아도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먼저 안다. 방문객들은 와이너리 투어를 비롯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만족해 다시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연간 방문객수가 3만명을 넘기도 했다.

엄성은 전무는 "처음에는 와이너리 자체가 외국 느낌으로 받아들여서 그런지 관광이라는 개념으로 인식해 직접 마시기 위해 술을 사기보다는 선물용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와이너리 체험으로 직접 시음하게 하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직접 마시려고 술을 구입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 함께 즐기면 더 좋은 술 맛

좋은 이들과 함께 마시는 술은 그 맛이 더 좋다. 수확의 계절 가을이 되면 달콤한 사과향 가득한 이곳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축제의 장이 된다. 매년 11월 예산사과와인페스티벌이 열리기 때문이다. 축제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해 내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큰 인기다.

예산사과와인페스티벌은 2004년에 와인동호회와 함께 소박한 축제로 시작해 2008년부터 주한미8군 등 외국인까지 참여를 확대했고, 현재는 와인양조 교육과 사과수확, 파이, 쨈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즐길거리도 선보이고 있다.

예산사과와인(주)에서 판매되고 있는 술 [사진=이숙종 기자]
예산사과와인(주)에서 판매되고 있는 술 [사진=이숙종 기자]

엄 전무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3천여명의 방문객이 이곳을 찾아 휴식 같은 축제로 함께 즐겼다"며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다양하게 기획해 매년 더 새롭고, 즐거운 지역의 대표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이숙종 기자(dltnrwh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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