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반도체 지원법…韓 정부·기업 대응 '비상'


민관 협력해 미 정부와 협상, WTO 제소까지 검토…실효성은 '미지수'

[아이뉴스24 배태호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 시행으로 대미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정부는 민간과 협력해 돌파구를 찾는다는 의지다. 미국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최후의 수단으로 WTO(세계무역기구) 제소까지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우리 정부가 WTO에 미국을 제소해도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사실상 미국 정부가 우리 요구를 얼마나 들어줄 지가 문제 해결의 유일한 해법이 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창양 장관 주재로 미국의 반도체·전기차 지원법 대응 업계 간담회를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최근 미국에서 통과된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우리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점검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창양 장관 주재로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업계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현대·기아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와 함께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국전지산업협회 등 업종별 단체도 자리에 함께했다.

정부는 미국의 IRA와 반도체 지원법 등이 보호무역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고 민관 합동 대응반을 통해 미 정부와 의회와의 협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미 의회는 최근 민주당 내 비공개 협상을 통해 IRA 법안을 공개한 뒤 약 2주 만에 전격적으로 처리했다.

지난 7월27일 발표된 IRA 법안은 미 상원과 하원을 각각 8월7일, 8월12일 통과하고, 16일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까지 하면서 단계적으로 즉시 시행됐다.

IRA 법안 중 핵심은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세제 혜택인데, 당장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대상으로 적용한다.

또 내년부터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 ▲미국 또는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은 국가의 배터리 광물 비율 충족 ▲배터리 부품에 대한 북미산 비율 등을 모두 충족해야만 대당 7500달러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재 국산 전기차의 경우 전량 한국 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이런 만큼 당장 국내산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소차 포함)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

현대차가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지을 예정이지만,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5년 상반기나 돼야 가동될 예정이다. 여기에 배터리 광물과 조달 비율이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배터리 핵심 광물은 대부분 절반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한국산 전기차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염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미 의회가 통과한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 내에서 반도체 관련 신규 투자를 진행하는 기업에 대해 재정과 투자세액공제 지원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미국 투자 기업들이 혜택을 받으려면 10년간 중국에 신규 투자를 할 수 없도록 한 이른바 가드레일 규정을 지켜야 해 대중 수출·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에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외경 [사진=배태호 기자]

이에 정부는 민관이 협력해 미 정부와의 협상을 통한 해법찾기에 나선다. 반도체 지원법과 관련해서는 통상정책국장을 팀장으로 민관 합동대응반을 구성해 가드레일 조항 예외를 인정할 것을 미 상무부와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또 IRA와 관련한 문제는 EU 등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국가들과 공동 대응 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민간 협력을 통해 연내 미 재무장관이 내놓을 배터리 광물과 부품 요건에 관한 하위 규정에 우리 기업 요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미 당국과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 등을 반영해 산업부는 다음 주 안성일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을 미국으로 보내 고위급 협의에 나선다.

미국과의 협상이 진전을 거두지 못할 경우 우리 정부는 WTO 제소까지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 10일 IRA 법안이 미 상원을 통과한 직후 미 무역대표부(USTR)에 IRA가 WTO 협정에 위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

다만 미국과의 협상이 불발로 끝나 실제 WTO 제소를 하더라도 실효성은 미지수다. 제소해도 즉시 관련 법안의 효력이 중지되는 것이 아니고, 제소 결과가 나오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WTO 제소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산업부 관계자 역시 "제소는 최후의 수단이고, 제소해도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설령 WTO가 우리 정부의 손을 들더라도 미국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세계의 경찰국가라는 이미지도 있으나, 그 반대의 측면도 있다. WTO 제소를 통해 관련 법안들이 통상 규범을 위반했다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미국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그러면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것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배태호 기자(bt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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