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정부질문, '민생' 외쳤으면 시늉이라도 내라


검찰이 이른바 '백현동 의혹' 사건에 대해 허위 사실을 발언했다는 혐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소환을 통보하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교통 신호등이 일제히 빨간불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국회 대정부질문이 오늘(19일)부터 나흘간 열린다. 경제와 민생위기가 나날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정치, 외교·통일·안보, 경제, 교육·사회·문화 분야에 걸쳐 살펴야 할 쟁점이 수두룩하지만, 민생은 실종된 채 정쟁만이 화두가 될 조짐이 첫날부터 감지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을 정조준하는 등 윤석열 정부의 전반적 국정운영을 문제삼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영빈관 신축 예산에 대한 강도높은 추궁이 예상된다. 대통령실이 870억여원을 들여 용산에 영빈관 건립을 추진해 논란이 확산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16일 지시했다. 같은날 오후만 해도 대통령실은 "용산시대에 걸맞는 영빈관의 필요성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해 주리라 믿는다"고 자신했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적극 엄호에 나설 전망이다. 야당이 그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심사 없이 '관련 예산 전액 삭감'으로 엄포를 놓은 걸로 모자라 계획을 전격 철회한 상황에서도 정쟁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이 철회 지시로 일단락할 문제는 아니라며 과거 김건희 여사가 '청와대 들어가자마자 영빈관 옮겨야 한다'고 말한 것을 거론하자, "야당의 집단 망상"이라고 일축했다.

국민의힘은 대정부질문 첫날인 정치 분야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도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번 정기국회 시작부터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검찰 기소라는 초대형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성남FC 후원금 비리, 법인카드 유용 등 각종 의혹을 따지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관련 사안의 수사 독촉이 예상된다.

경제 분야 질의가 오가는 셋째날에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여당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시장친화적 정책을 내세우고 있으나 야당은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등 현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을 '부자감세'로 규정지으면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 밖에 외교·통일·안보 분야에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교육·사회·문화 분야에서는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감사원법 개정안,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계엄 문건 유출, 북한 피살 공무원 사건과 탈북어민 북송 문제를 둔 여야 공방도 재연될 수 있다.

대정부질문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정기국회의 본격적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후 9월 여야 교섭단체 대표연설, 10월 국정감사, 11월 내년도 예산안 심사 일정이 이어진다. 여야는 앞서 추석 민심을 두고 "팍팍한 현실에 대해 많이 힘들어하시는 국민들의 어려움을 읽을 수 있었다"(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국민께서 말하는 추석민심은 한마디로 불안이었다"(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라고 했다. 그런데 민생을 사이에 둔 협치의 정신은 찾아볼 수가 없다.

국정의 전반이나 특정 분야를 대상으로 국회의원이 정부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이 바로 대정부질문이다. 국정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해 국정에 대한 국민적 궁금증에 해소하는 데 목적이 있다. 불안하고 팍팍한 현실을 진심으로 읽은 것이 맞다면, 시늉이라도 내라. 민생 국회, 정책 국회로 끌고 가야 한다. 최소한 불필요한 정쟁으로 가득찬 '피로 국회'를 재연하지 말아야 한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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