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이 만난 예술가] 스스로를 낮추는 찐 연극쟁이 김은경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는, 찐 연극쟁이 김은경. 연극쟁이는 무엇을 먹고살고 무슨 생각으로 살까? 요즘 같은 SNS시대에 그녀는 왜 연극무대를 치열하게 붙잡고 있는 것일까?

연극인 김은경 [사진=조기숙 교수]

◆알몸으로 시작된 연극의 길…美 아틀란타 공연도

-반갑습니다. 선생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배우 김은경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연극을 시작해서 내 길은 무조건 연극이라는 신념으로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해서 지금까지 연극을 하고 있습니다. 8월 29일에는 서울특별시장 연기 대상을 받았지요."

-당시 연극영화과 경쟁률이 19대 1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연극을 선택하신 이유는요?

"사실 연극보다는 영화가 더 하고 싶었는데 영화는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연극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연극은 배고플 각오만 하면 알몸으로 가능한 거였지요."

-중학교 때부터 연극을 하셨다고 했는데 학창 생활은 어떠셨나요?

"중학교 때 드라마를 보거나 영화를 보면 쉬는 시간 10분에 늘 내가 본 영화를 친구들한테 전달을 해줬어요. 그러니까 아침에 '나 어제 얄개 전성시대 봤다. 모여 봐' 해서 그 영화 한 편 얘기를 휴식시간에 들려줬어요."

-대표작을 꼽으신다면요?

"아무래도 최근에 '바다로 가는 기사들'로 상을 받았기 때문에 그게 가장 자랑스러워요. 그게 내년에 아틀란타 공연이 확정됐어요. '눈 오는 봄날'도 소박하고 참 좋은 작품이에요."

-사)한국연기예술학회 부회장이시기도 한데 연기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연기는 호흡이다, 춤추는 호흡! 그냥 붙잡힌 호흡이 아니라 즉흥성이 있는 살아 꿈틀거리는 호흡이에요. 이를테면 어떤 친구가 나한테 기분 좋은 말을 하면 뜬 호흡이 나오고 반대로 나한테 불편한 말을 하면 낮은 호흡이 나오게 되지요. 우리가 상대의 반응으로 호흡이 내게 들어와서 그게 밖으로 나는 거지요. 즉 여러 가지 날개를 달아서 관객에게 전달을 해 주는 게 연기이고 그래서 춤추는 호흡이라고 생각을 해요. 또한, 연극은 빚 갚는 것 같아요. 전생의 빚 혹은 나를 기쁘게 해줬던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거지요."

-중앙대 미래교육원 연기 주임교수이신데요. 연기 교육에 관해서 얘기해 주세요.

"정답이 없고 각각 자기의 체계를 갖고 있지요. 요즘 아이들이 명랑한 소리를 많이 갖고 있어요. 어떤 섬세한 감정이나 실의에 빠진 거를 만들려면, 좀 침잠되어 있는 소리를 찾아내야 하는데 아이들에게 그것이 힘들어요. 아이들의 흉성에 복식 소리를 키우면 좋은 연기가 돼요. 그래서 저는 하청을 훈련 시켜서 발성, 발음 그리고 화술을 향상하게 교육해요."

연극 '바다로 간 기사들' [사진=김은경 제공]

◆ "좋은 연극, 동시대 관객의 사랑 받아야…메시지, 메타포 필요"

-연기도 지역과 시대마다 다른데 지금 한국의 연기유형은 어떤지요?

"크게 뮤지컬과 생활 연기로 나뉜 것으로 봅니다. 생활 연기는 우리나라에 1980년대 후반부터 스타니슬라브스키가 소개되면서 그 메소드가 인기가 있었어요. 고전적인 발성이나 연기를 과하게 하는 것보다는 생활하듯이 하는 매체 연기로 되었지요. 뮤지컬은 리듬을 만들어야 하므로 좀 다른 느낌이에요. 리듬감이 있어야 바로 노래를 타고 들어가지요."

-존경하는 연기자가 계신가요?

"저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좋아해요. 그가 연기를 그만하겠다고 한 이유는 그가 하는 작품마다 상을 받아서, 본인이 연기를 계속하면 다른 사람의 기회를 막을까 봐서였지요. 우리 한국 배우는 나문희 선생님을 좋아해요. 나선생님은 연기를 노래하듯이 한다고 하시거든요. 연기는 연주나 노래 합창하고 비슷한 것으로 해석을 하신 거지요."

-좋은 연극 작품은 어떤 것인가요?

"동시대 관객이 좋아하고 메시지를 줄 수 있고 이를 위한 메타포도 있는 것이 좋지요. 기초 예술이냐 대중예술이냐에 따라서 다를 것 같아요. 기초예술은 말 그대로 그 예술에 대한 어떤 특징들이 잘 녹아서 예술성이 돋보여야 하고 대중예술은 관객과의 소통이 더 중요할 것 같아요."

- 김 선생님은 자신을 낮추고 남을 모시는 겸허함이 있어서 좋아요.

"예술이 대단한 만큼 다른 일도 대단해요. 예술가가 낮은 자세로 접근하지 않으면 예술은 소외당하고 그 역할도 축소될 수밖에 없지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과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되세요?

"연기는 늦게 완성되는 예술이니 포기하지 말고 계속하면 마침내 이루리라. 몸이 해내는 것은 뭐든지 노력하지 않으면 안 돼요. 오는 10월에 사육신 '야광명월'을 동작에서 공연해요."

조기숙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 [사진=본인 제공 ]

◇조기숙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교수는 이대 무용과 발레 전공과 영국 써리대학에서 무용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30편 이상의 발레작품을 창작공연하면서 K발레의 미학적 토대를 구축한 안무자이다. 대표작으로는 '그녀가 온다: 여신 서왕모', '그녀가 논다: 여신 항아' 등이 있으며, 무용연구자로서 35편 이상의 논문과 저서가 있다. 그는 춤추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몸으로 메시지를 던져왔다.

/조기숙 교수 kscho2@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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