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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장씨 vs 최씨' 일가 지분경쟁…자사주 활용해 우군 확보


LG화학·한화그룹과 자사주 맞교환…2대주주그룹 최씨 일가 우호지분↑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고려아연이 LG화학·한화그룹과 지분 맞교환에 나서며 현재 공동경영을 하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 일가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일가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지분 경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24~25일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 전량(119만5천760주·지분율 6.2%)를 국내외 업체와 맞교환하고, 매각하는 거래를 단행했다.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진행된 거래는 총 7천823억원 규모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LG화학(1.97%) 한화(1.20%)와 상호 지분 맞교환을 진행하고, 트라피구라(1.54%) 모건스탠리(0.50%) 한국투자증권(0.79%)에 각각 자사주를 매각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자사주 매각을 이른바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명한 그린수소, 배터리 소재, 자원순환 등 3대 신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은 "트로이카 드라이브 3대 신사업을 통해 획기적인 도약을 이루고 주주와 내부 구성원 그리고 환경과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LG화학과 2차전지 소재와 관련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공동 대응하고, 북미에서의 양극재 원재료 공급 안정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6월 계열사 켐코(KEMCO)를 통해 LG화학과 '한국전구체주식회사'를 설립하는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다. 양사는 울산 온산 산업단지에 2024년 2분기 양산을 목표로 전구체 공장을 건설 중인데, 이번 협력을 통해 전구체 공장 생산 능력을 기존 2만 톤에서 5만 톤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한화그룹과는 수소,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와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의 건설부문은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호주 암모니아 수입에 따른 국내 저장 시설, 암모니아 크래킹(수소 전환) 시설, 수소 연료전지 및 수소 가스터빈 발전소, 고려아연 배출 이산화탄소(CO2) 포집 시설 건설에 참여할 계획이다.

또 한화가 개발 중인 육상 풍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고려아연이 구매하고, 양사가 함께 해상 풍력발전소 개발사업도 진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화는 고려아연의 자원개발에 필요한 화약, 전자뇌관 등 첨단 발파 솔루션을 제공해 디지털 데이터에 기반한 채굴 효율성 및 광산 운영 안정성 향상을 위해 협력하게 된다. 한화가 미국에서 추진 예정인 블루암모니아 투자 사업에 고려아연도 공동 참여하기로 했다.

특히 한화그룹은 앞서 지난 8월 한화H2와 한화임팩트 등 계열사가 상호 지분교환을 통해 고려아연의 지분 6.88%를 확보하기도 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다국적 기업들이 동시 참여하는 사업제휴와 지분투자를 계기로 신성장동력 실현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최 부회장이 사업 확장 외에도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 확대에 자사주 맞교환이라는 카드를 썼다는 해석도 나온다.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설립한 영풍그룹의 계열사로, 1974년 설립 이후 최씨와 장씨 일가가 공동 경영을 하며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해 왔다. 현재 고려아연 계열 회사들은 최 부회장 일가가, 코리아써키트 등 전자계열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일가가 경영을 맡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영풍(지분율 26.11%)으로, 장씨 일가 등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하면 장씨 일가 측 우호 지분은 31.25%에 달한다.

반면 최씨 일가는 14.58% 정도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자사주 거래를 통해 확보한 한화그룹과 LG화학 등 최씨 일가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돼 이를 포함하면 최씨 일가 측으로 분류되는 지분은 27.47%까지 높아진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우호적인 다른 회사로 넘기게 되면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때문에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한 최씨 일가가 이를 활용해 우호지분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안희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고려아연의 자사주 전량 처분으로 최대주주 그룹인 영풍 장씨 일가와 2대주주그룹인 최씨 일가의 지분율 차가 3.5%까지 좁혀졌다"며 "LG화학과 한화가 최씨 일가가 이끄는 고려아연을 중장기적 사업 파트너로서 지원한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고려아연의 자사주 전량 처분으로 최대주주그룹이 장씨 일가와 우호지분을 포함한 2대주주 그룹인 최씨 일가의 지분율 추이가 3% 내외로 축소됐다"며 "추후 추가적인 지분 확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최씨 일가가 독자적인 신사업 추진과 안정적 경영권 확보 등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지분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사회 일부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을 대비해 올해 12월 말까지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의 지분 차이는 약 3.5% 정도로, 이 정도 지분을 추가 확보하려면 지난 24일 종가 기준으로 4천700억원 가량이 더 필요하지만 부담이 크다. 이에 최씨 일가 측이 우군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유상증자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희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과 한화가 최씨 일가가 이끄는 고려아연을 중장기적 사업 파트너로서 지원한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한화에게 제3자배정 유상증자 전례가 있듯 LG화학이라는 든든한 사업파트너를 두고 유상증자 선택지를 다시 한번 고려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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