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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9월12일-하워드 존슨


 

요즘 뉴욕 최고 인기팀은 양키스이지만 80년대는 메츠가 가장 유명한 팀이었다. 레이건 정부시절을 풍미한 메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수는 드와이트 구든도, 대릴 스트로베리도, 레니 다익스트라도 아니었다.

'호조'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털보' 하워드 존슨이야 말로 뉴욕팬들이 잊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말 그대로 '호타준족'을 자랑했던 존슨은 팬들이 싫어할래야 싫어할 수 없는 선수였다. 호쾌한 스윙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 언제나 열정적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허슬플레이, 여기에 빠른 발까지 갖춘 보기 드문 스타였다.

존슨은 82년 디트로이트에서 데뷔했지만 스파키 앤더슨 감독의 눈밖에 나면서 좀처럼 출장기회를 잡지 못했다. 결국 85년 메츠로 이적하면서부터 서서히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처음 레이 나이트와 함께 플래툰 유격수로 나서던 그는 87년 주전 3루수로 자리를 굳혔다.

그리고 그해 9월12일 시즌 30번째 홈런을 때려내면서 내셔널리그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에 30-30을 기록한 내야수가 됐다. 그해 성적은 타율 0.265 36홈런에 99타점. 도루는 32개였다. 이듬해 24홈런 도루 23개에 그친 뒤 89년에는 0.287에 36홈런 101타점 도루 41개로 개인 최고시즌을 보냈다.

비록 메츠는 NL 동부지구 2위에 그쳤지만 팀 동료는 물론 팬들로부터 'MVP감'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선수 칭찬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데이비 존슨 당시 메츠 감독이 "메츠의 올시즌은 존슨의 하이라이트 필름이나 마찬가지"라고 감탄할 정도였다.

타율이 낮은 파워히터 답게 그는 직구에 유독 강했다. 이 때문에 경기후반 상대 마무리로부터 장쾌한 홈런을 여러차레 때려낸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세인트루이스 마무리였던 토드 워렐에게만 5개의 홈런을 때려내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하기도 했다.

존슨은 그러나 홈런 39개와 도루 30개로 개인 3번째 30-30을 달성한 91년 이후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듬해 손목부상으로 100경기 출장에 그친 뒤 94년 콜로라도를 거쳐 95년 시카고 컵스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

존슨이 은퇴한 직후 메이저리그에는 홈런열풍이 몰아쳤다. 30홈런은 물론 홈런 40개 이상을 때려낸 선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특히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98년 40-40을 달성한 뒤 2002년에 57홈런으로 내야수의 위상을 재정립했다.

이 때문에 존슨은 웬만한 야구팬들의 기억에서 거의 잊혀졌지만 투수들이 득세했던 80년대말과 90년대초 그의 활약은 '물방망이'로 전락한 요즘 메츠를 바라보는 뉴요커들에게 그리움으로 다가가고 있다.

김형태 기자 hors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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