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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스토리] 이동헌 네오엠텔사장(4) - 눈물 젖은 햄버거


 

인생의 참 맛을 알려면 눈물에 젖은 빵을 먹어 봐야 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이러한 함축적인 표현은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고통이 가져다 주는 성장을 나타낸 말로, 나는 사업을 하면서 그제서야 이 말에 담긴 깊은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2000년, 우여곡절 끝에 진행되던 국내 굴지의 대기업 C사와의 사업제휴가 막바지에 이르러 서로 계약서를 주고 받으며 검토하고 행복한 꿈에 밤잠을 설치던 어느 날 이었다.

C사와 특별한 관계에 있던 벤처가 우리와 동등한 기술을 제공하겠다고 한 것이다. C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우리 회사보다는 기왕이면 연관있는 기업과 계약하겠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 이와 같을까? 만사를 제쳐두고 C사 사무실로 향했다.

저녁 식사시간 무렵 도착해서 무조건 만나달라고 전화를 했더니 부서 회식이라 곤란하다는 것이다. 죽는 사람 살리는 셈치고 식사 끝나고 보자고 보챘다. 식사만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올테니 그 때 만나자는 답변을 얻어내고서 시계를 보니 30분 정도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제서야 허기가 느껴졌다. 우선 먹고 뭘 해도 하자라는 생각으로 주변 햄버거가게로 들어갔다. 햄버거 하나를 사서 자리를 잡고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지는게 아닌가.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속절없이 그칠 줄 모르는 눈물, 콧물이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서 과연 침몰할 것인가’, ‘ 왜 상황은 나를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일까’ 온갖 서러운 생각이 다 들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일이 계기가 되어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했고 C사와의 제휴관계도 더욱 공고히 진행될 수 있었지만 그 때는 참 힘겨운 시간들이었다.

사업을 시작해서 쉽게 뭔가를 얻으려고 그 방법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영자들을 간혹 보곤 한다. 고객과 처음 접촉하고 거래를 진행할 때, 이들이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은 ‘어디 쉬운 방법 없을까?’이다.

여기서 말하는 쉬운 방법이란 변칙적인 요령을 말한다. 사업을 하다 보면 사실, 이런 쉬운 방법들이 쉽게 눈에 띈다. 지름길을 제시하기도 하고 안정적인 자금구조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방법으로 잘 되어가는 회사들도 있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것들은 결국 사상누각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든든하게 다지지 않고 무언가를 쌓아 올리는 것이 처음에는 훨씬 편하고 좋은 방법으로 보이겠지만 이런 토대 없는 집은 작은 바람에도 무너지기 쉬운 것이다.

우리 회사에도 이런 쉬운 길에 대한 유혹이 많았다. 한 업체와만 계약하여 표준으로 간다거나 파트너쉽을 만들었으면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유혹이 느껴질 때마다 우리는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힘들더라도 경쟁을 하고 또 다른 길을 개척하고 새로 나타나는 경쟁기술에 가슴 조이며 기술을 향상시켜 현재는 사상 유래 없이 국내 모든 통신사에 채택된 표준 솔루션이 되었다. 해외 업체들과 사업을 진행할 때도 모든 기업들이 독점권을 요구해왔다.

세계적인 거대기업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한국의 작은 벤처의 기술을 쓰는 것도 불안한데 다른 기업들과 그 기술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에도 우리는 타협하지 않고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지금 우리 회사는 전세계적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여러 제품에 채택되어 성공적인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어쩌면 그때 독점권을 주거나 한 기업과의 계약에 만족했다면 지금 훨씬 빠르게 성장하여 자금적으로도 안정된 길을 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세계시장에서 M/S 40%를 가진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벤처 경영자는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민첩성과 더불어 강한 의지와 장기적 전략을 가지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현재의 고통을 쉽게 뛰어 넘겠다는 것과 사업전략을 혼돈해서는 안된다.

정도경영이라는 말은 멀리 있는 옛 성현의 말씀이 아니다. 세계 초일류라는 거창한 구호를 외치는 대그룹들이 거드름 피우기 위해 쓰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내게 이 말은, 혼자 뛰는 1인회사 시절부터 뼈저리게 느끼고 배우고 실천한 말이었다.<계속>

, 사진=이원기기자 yiwong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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